
이혼을 결심하는 순간 많은 분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는 위자료와 재산분할이다. 그런데 상담실에서 만나는 의뢰인 대부분은 이 두 가지를 사실상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고 계신다.
‘바람피운 배우자가 어떻게 재산을 가져갈 수 있느냐’, ‘내가 잘못했으니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법적 성질, 판단 기준, 산정 방식이 모두 다른 별개의 제도이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역시 둘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 차이와 실무적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위자료는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 있는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지급하는 ‘정신적 손해배상금’이다. 즉 누가 혼인을 깨뜨렸고, 그로 인해 상대방이 어떤 정신적 고통을 받았는가가 핵심이다. 부정행위, 가정폭력, 악의적 유기 등 유책행위의 정도가 위자료 액수를 결정한다. 반면 재산분할은 혼인 기간 동안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유지한 재산을 청산하는 절차다. 누가 잘못했는지가 아니라, 그 재산을 만드는 데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판단의 잣대다. 따라서 외도를 한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혼인 중 재산 형성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재산분할은 청구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일반 감정과 법이 충돌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점이다. 최태원·노소영 사건에서 위자료 20억 원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반면 재산분할 1조 3808억 원이 파기환송된 것도 결국 두 제도의 판단 구조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재산분할 사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쟁점이 바로 특유재산이다. 특유재산이란 혼인 전부터 보유하던 재산이거나 혼인 중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부부가 함께 만든 재산이 아니므로 분할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상대방 배우자가 그 재산의 유지·관리·가치 증가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였다면 특유재산도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다. 특히 혼인 기간이 길수록 특유재산이 분할 대상으로 포섭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최 회장 사건에서도 1심은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보아 665억 원만을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였으나, 항소심은 장기간의 혼인생활과 배우자의 유·무형적 기여를 인정하여 SK 주식까지 분할 대상에 포함시켰다. 대법원 역시 SK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항소심의 판단 자체는 유지하였다. 즉, ‘남편 명의의 재산이라서’, ‘시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이라서’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단정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자주 받는 질문이 ‘바람피운 배우자가 먼저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청구 자체는 가능하지만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 입장에 서 있다.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상대방도 더 이상 혼인 유지 의사가 없는 경우,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오랜 시간이 흘러 유책성이나 정신적 고통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진 경우 등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인용될 수 있다. 원칙적 유책주의, 예외적 파탄주의라 부르는 입장이다.
최 회장 사건에서도 최 회장의 본소 이혼청구는 1·2심 모두 기각됐고 노 관장이 제기한 반소가 받아들여져 결과적으로 이혼이 성립되었다. 이혼이 성립했다는 결과만 놓고 보면 같아 보이지만, 그 법적 의미는 전혀 다르다. 이 차이가 위자료 산정에도 그대로 반영돼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최 회장에게 있다는 평가하에 20억 원이라는 위자료가 인정된 것이다.
대전이혼전문변호사로서 실무에서 체감하는 것은 재산분할 사건의 결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는 결국 ‘기여도’와 ‘가치 평가 시점’이라는 점이다. 기여도는 단순히 ‘내가 살림을 했다’, ‘내가 돈을 벌었다’라는 진술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통장 거래내역, 부동산 매매 자료, 사업자금 출처, 자녀 양육 분담 등 혼인 기간 전체에 걸친 객관적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제출해야 한다. 또 분할 대상 재산의 가치는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평가하므로 부동산 시세나 주식 가치의 변동 시점을 어떻게 포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최근 파기환송심에서도 노 관장 측이 SK 주식의 ‘현재 시점’ 가치 평가를 주장하는 반면 최 회장 측은 항소심 변론종결 당시의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다투고 있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수천억 원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평가 시점을 둘러싼 공방은 일반 이혼 사건에서도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이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의 시작이다 이혼소송은 단순히 부부관계를 종료하는 절차가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경제적 토대를 어떻게 정리하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지를 결정짓는 중대한 절차다. 위자료를 다툴 사안인지, 재산분할에 집중할 사안인지, 특유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끌어올 수 있는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감정에 휩쓸려 섣불리 합의서에 도장을 찍거나, 반대로 무리한 청구를 고수하다가 오히려 불리한 판결을 받는 경우를 실무에서 적지 않게 본다. 대전이혼전문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건의 사실관계와 재산 구조에 대한 정밀한 분석, 그리고 판례의 흐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의뢰인의 권리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다.
필자는 대전에서 30년간 변호사로 활동해 온 백홍기 대표변호사를 중심으로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법률사무소 BK파트너스 소속으로, 이혼·상속을 비롯한 가사사건에서 위자료·재산분할 전략 수립, 재산조사, 조정 및 변론 대응까지 단계별 조력을 통해 의뢰인의 권리 보호에 힘쓰고 있다.
출처 : 금강일보(https://www.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