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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던 것들

그녀가 우리를 찾아왔을 때, 결정적인 증거는 이미 지워진 뒤였다.

처음에는 사소한 어긋남들이었다고 했다. 늦어지는 귀가, 식탁 위에서 자꾸 뒤집혀 있던 휴대폰, 통화 중에 방으로 들어가 닫히던 문. 알게 된 날 밤, 그녀는 분노로 몇 번이나 전화기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당장 찾아가 따져 묻고 싶은 마음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 그렇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며칠 사이, 남편의 휴대폰에서 메시지들이 지워졌다.

먼저 들른 어느 사무소에서는 "증거가 부족해 어렵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우리 상담실에 앉은 그녀 안에는 여러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 가장 큰 것은 배신감과 분노였다.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하다가도, 그 틈으로 이따금 자책이 스며들었다. 내가 부족해서였을까.

우리가 처음 건넨 말은 위로도, 승소의 장담도 아니었다. "오늘부터 하지 말아야 할 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몰래 녹음도, 위치추적도, 흥신소도, 그리고 상간자를 직접 찾아가는 일도 안 됩니다” 분노가 시키는 일들은 대부분 증거를 독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 길을 먼저 막고, 그다음에 남아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상대방은 부정행위 자체를 부인했다. 남은 것이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의 부인이었다. 그러나 사라진 증거 곁에는 사라지지 않은 것들이 있었다. 날짜가 남은 카드 내역, 같은 요일마다 반복되는 이동 경로, 서로 맞물리는 시간들, 그리고 몇 장의 사진. 우리는 법원의 사실조회와 제출명령 절차로 조각을 보강하고, 하나씩 보면 아무것도 아닌 정황들을 시간순으로 이어 붙여 준비서면 위에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소멸시효도 처음부터 점검해 두었다.

법원은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위자료 청구를 인용했다. "매우 부족하다"던 그 증거로 받아낸 승소 판결이었다.

선고 뒤 그녀가 남긴 한마디가 이 사건의 결론이다.
"이제야 알겠어요. 제 잘못이 아니었다는 걸." 자책을 내려놓는 것. 그것이 그녀의 다음 장의 첫 문장이었다.

결과

부정행위 증거 부족 사건, 청구 인용(승소)

대전가정법원 홍성지원 상간자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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